영어출강교사로 15여년을 보냈지만 어린이집에 가면 늘 손님이고 괄호밖인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이건 어느쪽에 발을 담궈야 하는지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강사의 수명도 얼마남지 않았겠구나 생각을 했다. 노후엔 뭘 하지? 하는 나의 뇌리를 스쳐가는건 보육교사였다. 사실 15여년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강의를 하면서 나는 나름의 현직경험이 쌓여 있었던 터라 이론적 지식과 자격증만 있으면 어려울 것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먹고 곧바로 등록을 하고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석사과정까지 마친 나에게도 레포트나 토론, 퀴즈 등등의 과정과 매일 짬짬이 시간을 내서 수업을 듣는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매일 새벽에 수업을 들었다. 가정주부이자 직잗맘인 나에게 새벽은 정말 달콤한 숙면의 시간이었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새벽에 홀로 열공모드에 들어간것이다.
레포트를 쓸때는 오랫만에 대학 도서관을 찾아 참고 서적도 찾아보고 도서대출도 하며 오래간만에 캠퍼스 시절로 돌아간듯 설레임도 맛 보았다. 다시 무언가를 향해 노력하는 내 모습이 참 기분좋았고 새내기처럼 뭐든 할것같은 도전의식이 솟구쳐 올랐다.
10대인 아들에게도 나는 좋은 본보기가 된듯하다. "엄마도 공부를 시작하니 저렇게 열심이구나" 더 어리고 두뇌회전도 좋을 내가 엄마에게 뒤쳐져서는 안되겠다는 경쟁의식을 불러 일으킨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나 자신도 아들에게 당당할 수 있었다. 말로만 잔소리 하는것이 아니라 공부는 이렇게 하는거다 직접 보여준듯 해서 말이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주이다. 강의는 모두 열심히 잘 들었고 이젠 이번 학기의 마지막 시험만 남았다. 학원강사시절 시험을 앞둔 아이들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설레느냐? 두려우냐?
정말 충분히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했다면 설렐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두려울 것이다. 지금 만약 두렵다면 더 준비하고 공부해라 그러면 그 두려움이 설렘으로 바뀔것이다.
나는 내 노후가 아직 두렵긴 하지만 설레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난 보란듯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할것이며 몇년 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님이 될것이기 때문이다. 준비하고 있기에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곧 설렘으로 바뀔것을 믿기 때문이다.
나의 중년을 다시 가슴뛰게 만들어준 라인 평생교육원의 수업이 참 감사하다. |
홈 > 커뮤니티 > 수강후기
